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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내 삶의 주인은 누구인가요?
우리는 하루에도 수십 번, 디지털 알람 소리에 의해 움직입니다. 기상 알람, 약 복용 알림, 회의 일정 알림, 마감 전 알림… 모든 것이 ‘자동’으로 알려지니 편리하다고 느끼지만, 그 이면에는 삶의 주도권을 기술에 내어준 채 수동적으로 움직이는 인간의 초상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디지털 알람 없는 하루’를 상상해 본 적 있으신가요? 누구에게도, 어떤 기기에도 움직임을 강요받지 않는 하루. 이 글은 그런 실험에서 시작됐습니다. 한동안 알람을 끄고, 시계는 스마트워치 대신 태엽시계를 사용하며 시간을 체감하고, 알림 없이도 삶의 흐름을 자율적으로 조율해보는 작은 수동적 삶 실험기입니다.

디지털은 분 단위로 나를 쪼갭니다. 하지만 시간은 본래 흘러가는 것이지, 경고음으로 깨닫는 것이 아닙니다. 그래서 저는 하루 동안 모래시계와 태엽시계를 사용하며 시간과 함께 ‘살아보기’로 했습니다. 알림 없이 보내는 하루가 과연 무질서한 하루일지, 아니면 더 풍요로운 하루일지에 대해 실험하는 마음으로 말이죠.

2. 시간을 '느끼는' 도구들: 모래시계, 태엽시계, 햇빛의 그림자

디지털 알람 없는 하루: 자동화에서 벗어난 수동적 삶 실험
:수동형 시간 인식 도구(모래시계, 태엽시계 등) 실천기


첫 번째로 선택한 것은 모래시계였습니다. 이 단순한 유리병 하나가 전하는 감각은 놀라웠습니다. 정확한 ‘분’이나 ‘초’가 아닌, 모래가 한 알씩 떨어지는 시각적 흐름은 뇌를 조급함에서 해방시켰습니다. 초시계처럼 강박적으로 시간을 체크하지 않아도, 모래가 절반쯤 떨어졌을 때 대략적인 감각으로 시간을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두 번째는 태엽시계. 디지털 시계에서는 느낄 수 없는 ‘딸깍딸깍’ 소리가 공간을 채웠고, 시간이 실제로 ‘움직이고 있다’는 실감이 들었습니다. 더 흥미로운 건, 이 태엽시계는 사용 전에 매번 ‘태엽을 감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시간은 공짜가 아니었습니다. 시간을 얻기 위해 수동적인 ‘작업’이 필요하다는 사실은 내 시간을 더 소중히 여기게 만들었습니다.

또 하나는 자연입니다. 일부러 해가 잘 드는 창가에 앉아, 햇살이 바닥에 만들어내는 그림자의 이동으로 시간을 가늠해보았습니다. 아주 원시적이고 직관적인 방식이었지만, 오히려 하루라는 시간의 흐름을 가장 깊이 있게 체감하는 방법이기도 했습니다. 디지털 알람은 순간만을 알려주지만, 자연은 흐름 전체를 느끼게 해줍니다.

3. 알림 없이 살아보기: 처음엔 불안, 나중엔 자유
처음 몇 시간은 꽤 불안했습니다. 다음 일정이 뭔지 헷갈렸고, 밥시간도 놓치기 일쑤였습니다. 늘 스마트폰이 알아서 알려주던 시간의 매듭들이 사라지니, 마치 지도를 잃어버린 느낌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점점 그 불안함은 느긋함으로 변했습니다.

디지털 알람이 없으니, 생각의 흐름을 끊지 않아도 되었고, 어떤 일을 하든 나의 감각과 집중도에 따라 시작하고 끝낼 수 있었습니다.

다만 완전한 무알림 상태는 오히려 집중의 흐름이 모호해질 수 있다는 점도 느꼈습니다. 그래서 하루의 후반부에는 디지털이 아닌 물리적 뽀모도로 타이머를 활용해보기로 했습니다.

다이얼을 돌리면 ‘딸깍’ 소리를 내며 25분이 흘러갑니다. 휴대폰 화면이나 알림 없이도, 내가 설정한 집중 시간에 몰입하고 자연스럽게 쉬는 리듬을 만들 수 있었죠.

디지털이 아닌 물리적 리듬 기구를 활용함으로써, 알림의 편리함을 유지하면서도 주도권은 여전히 나에게 있는 시간 인식의 훈련을 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놀랍게도, 하루가 길어졌습니다.
스마트폰 없이, 알람 없이 시간을 보내는 하루는 이전보다 몇 배는 더 길고 밀도 있게 느껴졌습니다. 중간중간 시간을 물리적으로 확인해야 했기에, 하루라는 단위가 실제 ‘살아 있는 시간’처럼 다가왔습니다. 자동화된 디지털 일상에선 경험할 수 없는 시간 감각이었습니다.

4. 디지털 자동화에서 벗어나기: 삶의 리듬을 다시 짓는 법
디지털 알람 없는 하루는 단순히 기술을 덜 쓰는 것이 아니라, 삶의 흐름을 내가 직접 설계해보는 연습이었습니다. 그날 이후, 저는 알람을 무조건 끄지는 않았지만, 아침 기상 알람을 부드러운 음악으로 설정하거나, 앱 알림을 묶어 ‘한 번에 확인하는 시간’을 따로 정하는 식으로 변화를 주기 시작했습니다.

디지털은 결국 도구일 뿐입니다. 하지만 그 도구가 너무 많은 결정을 자동으로 대신해줄 때, 우리는 삶의 리듬을 잃게 됩니다. ‘알림 없음’ 실험을 통해 깨달은 건, 일상을 통제하는 기술이 문제라기보다, 그 기술을 아무 의심 없이 받아들이는 태도였다는 점입니다.

자신만의 생활 리듬을 만들고 싶다면, 하루쯤 알람 없는 시간을 보내보세요. 모래시계를 돌리고, 태엽을 감고, 햇빛이 창가에 스미는 속도를 가만히 느끼는 시간. 그 안에는 너무 오래 잊고 있었던 ‘수동적 삶의 온기’가 숨어 있습니다.

마치며: 자동에서 수동으로, 그 전환의 미학
기술은 우리를 편리하게 만들었지만, 동시에 많은 것들을 빼앗아갔습니다. 특히 '시간'이라는 소중한 감각은 디지털 자동화 속에서 점점 무뎌졌습니다. 알람 없이 보내는 하루는 나의 삶에 다시 손으로 리듬을 새기는 행위였습니다.

이 실험을 통해 알게 되었습니다. 시간은 알람이 아니라 ‘감각’으로 받아들여야 하고, 하루는 누군가의 신호음이 아닌 내 안의 생체 시계와 감정의 파도에 따라 흐를 수 있어야 한다는 것.

수동적으로 태엽을 감고, 모래시계를 뒤집는 그 단순한 행위 하나하나가 제 일상에 온기를 더해주었습니다. 그날의 저녁은 평소보다 더 깊게 느껴졌고, 스마트폰은 멀찍이 놓여 있었으며, 한없이 자유로웠습니다.

이 글을 읽는 여러분들도 오늘 하루만큼은 디지털 알람을 꺼보는 건 어떨까요? 처음엔 낯설고 불편할 수 있지만, 그 안에는 우리가 잊고 있던 '삶의 고유한 리듬'이 되살아날지도 모릅니다. 시간은 우리가 다시 소유할 수 있습니다. 다만, 그 방법은 ‘덜 사용하는 것’에서 출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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